너머의 풍경은 회화도 아니고 사진도 아닌 다층적 매체 형식과 중층적 내러티브를 갖는다. 너머의 풍경은 지시체를 가상으로 넘김으로써, 존재함에도 가시적 형태로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을 어렴풋이 드러낸다. 이 작품을 창작하게 된 계기도 이 점에 있다. 본인는 사진으로 기록할 수 없는 초월적 장면을 연상해 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비매개적 매체를 통해 재현할 수 있을지 고심 했고, 그래서 실재이면서 현존하지 않는 기억의 장면을 연출할 기획을 하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너머의 풍경 beyond landscape은 실재보다 더 실재적인 풍경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현재라는 시간을 살아가면서 기억이라는 가상과 매개된 상태로 존재한다. 너머의 풍경 이미지도 기억 속에 존재하는 장소 이미지와 망각의 대상이 되어가는 실제 이미지가 중첩된 순간이다. 이 장면은 기억처럼 사라질 것 같은 이야기들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동시에 우리 삶의 단편을 보여주는 상징들의 조합이기도 하다. 즉 작품은 가상이라고 치부되는 것들이 우리의 삶에 더 실제적으로 작용하는 요소가 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따라서 실재는 상실되었지만 기억이라는 이미지가 실재를 매개하는 가상의 미디어가 되어 실재를 드러낸다. 이러한 작업은 관객들로부터 다양한 해석을 이끌어내는 결과를 가져왔다. 너머의 풍경을 그림으로 보는 관점과 그림을 찍은 사진으로 보는 관점, 그리고 실재하는 오브제를 촬영하고 그 위에 그림을 그렸다고 생각하는 해석 등 관객들의 수용방식은 상이하고 다층적이었다.

이후 화면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화면 밖의 모습까지 담으려는 시도를 했다. 그 이미지는 무대 바깥의 현실을 사진 프레임 안에 담아내고 있다. 작품은 꿈과 같은 상상 세계의 장면, 만질 수 있는(tangible) 오브제, 그리고 이 장면을 다시 현실의 플랫폼 위에 오른 연극처럼 구성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평면, 입체, 공간, 시간 등이 교차하는 것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다양한 매체가 교차하고 공존하게끔 하는 방식의 예술 창작을 통해 매체간 공명하는 재매개 과정이 오롯이 지각될 수 있다. 작품에는 매체의 다중적 혹은 다층적인 하이퍼매개적 경험 속에서 재매개의 상호보완적 성격과 재목적화 된 과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마치 옷의 이음새를 뒤집어 놓은 것처럼 양자의 관계를 맞대어 놓은 후, 보는 이로 하여금 두 매개 사이를 선택적 으로 오갈 수 있도록 열어 놓은 것이다. 이처럼 이전 매개를 개조하고 회복시켜 다음 매개로 재매개하는 시도는 다층적인 매체적 경험을 갖게 하고 초월적 이미지를 다각면에서 지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 Photography series: Beyond Landscape

    Digital pigment prints

  • Year

    2014